▣ 지배구조개선투쟁 비판에 대한 입장. 그리고 그 역사
페이지 정보
본문
지배구조 개선,
공영방송을 바로 세우고자 하는 싸움입니다
지배구조 개선, 여야 정치권은 물론 조선일보나 중앙일보 같은 보수신문 조차 요즘 즐겨 쓰는 말입니다. 이는 지난 2006년부터 지배구조 개선에 나선 KBS 노동조합의 투쟁과 최근 잇따르고 있는 언론사들의 파업투쟁에서 기인한 것입니다. 최근 코비스에서 나온 지적처럼 지배구조(거버넌스)는 다양한 업무영역과 그것을 행하는 사람들 그리고 방식까지를 포괄하는 광의의 개념입니다. 당연히 일반인들이 들어서 바로 이해하기는 어려운 말입니다. 그래서 ‘KBS 지배구조 개선’을 투쟁적 측면에서 처음 사용한 KBS 노동조합조차 최근 들어서는 지배구조란 말을 이사회 구성과 이사회 및 사장의 선임방식이란 용어로 풀어쓰려 하고 있지만, 광범위한 투쟁과 함께 지배구조 개선이란 용어 또한 이미 보편화의 길로 접어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미 상당 부분 보편화된 인식과는 달리 여전히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많습니다. 이는 법 개정까지 이어져야 하는 투쟁의 지난함에서 비롯된 측면이 큽니다. 그러나 지난해 상반기부터 시작된 수신료 논의과정에서 여야 정치권은 수신료 인상의 전제조건으로 공정성을 얘기하면서 이에 대한 근본대책으로 KBS의 지배구조 개선에 주목하고 관련 방송법 개정안을 소관 상임위원회 법안 심사소위에 회부해 놓은 상태입니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내놓은 민주통합당의 미디어 관련 19대 국회 공약에도 비슷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여야가 이미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상당한 의견접근을 이뤘기에 관련 법안을 4.11총선이 끝난 이후에 임시국회를 열어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지난 17대 국회 때에도 민생현안 처리를 위해 총선 이후 마지막 국회를 연 적이 있기 때문에 방송을 권력으로부터 독립시키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이는 가능할 것입니다. 만약 이 기회를 놓친다면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방송법 개정은 다음 정권에서도 또 다시 표류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오는 8월과 11월에 임기가 만료되는 이사회와 사장 또한 ‘구체제에 의한 등장’ 가능성이 매우 농후합니다. 노동조합이 총파업을 불사하고서라도 18대 국회 처리를 관철시키고자 하는 이유입니다.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 가운데 또 하나는 제도개선만이 만능일 수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결국은 사람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당연히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상대방의 옳은 얘기조차 자신들이 서 있는 곳에 따라 그른 얘기가 되고 마는 그야말로 진영논리가 팽배한 시대상황, 공영방송조차 커밍아웃할 것을 강요받는 지금, 과연 모두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사람 혹은 믿음(Trust)이 있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믿음은 애초에 믿지 않으려 작정한 이들에게는 생길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승자독식, 한국 사회의 가장 큰 폐해로 꼽힙니다. 그러나 다수결에 대한 인정 또는 승복 또한 한국 사회에선 찾아보기 힘듭니다. 승자독식과 승복은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우리는 최근 10년 새 두 번의 정권 교체기를 거치며 승자와 패자 사이에 승자독식과 승복이 다른 쪽을 공격하기 위한 일방적 논리로서 횡행하는 것을 지켜봐 왔습니다. 우리 사회의 수준 또는 문화가 이를 극복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문화를 만들어 가는 제도에 대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분명한 것은 그것이 지배구조 개선투쟁으로 이름 붙여졌건 아니면 낙하산 사장 저지 투쟁으로 이름 붙여졌건 모두 공영방송을 제대로 세우고자 하는 싸움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제도개선으로 결과화할 것이며 역사로 기록되고 문화로 축적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노동조합이 만든 대안 가운데 BBC의 트러스트 구성 오류라는 지적(최근 코비스 게시물)에 대해서는 내용적 측면 못지않게 형식적 측면도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해 보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노동조합이 10분간의 인터넷 검색도 없이 자료를 만들거나 하지는 않았으며 더더욱 의도를 가지고 자료를 왜곡하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지난 노보를 통해 제시한 표는 지역대표성을 가진 이사회 구성이 이미 선진 공영방송에서는 일반화돼 있지만 KBS이사회 구성 시에는 유독 고려대상이 되지 않고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사례의 예시였습니다. 일본 NHK의 경우 지난 2008년 방송법 개정 이전에는 아예 지역 8명이 명시돼 있었으며 지금도 이 같은 구성에는 전혀 변함이 없습니다. 영국 BBC의 경우에는 지역에 대한 수신료 재원 지출 계획을 통해 2016년까지 런던 외부에서 네트워크 TV의 50%를 제작하는 것을 목표로 재정적 측면에서 지역에 대한 배려를 하고 있습니다. BBC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BBC 제작의 대부분을 샐퍼드(맨체스터 인근) 지역으로 이전하는 ‘BBC North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트러스트 구성 또한 민족권역 4명 이외에 6명의 사회계층 대표도 잉글랜드 내 각 지역에 고루 분포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이사회의 지역대표성과 관련해 전국시도지사협의회에서 6명을 추천하는 노동조합의 가장 최근 안을 단 하나의 유일한 정답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현재 국회로의 권력 집중도를 볼 때 이를 관철시키는 것 또한 쉽지 않으리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다분히 편향을 바로 잡기 위해 반대쪽으로 힘을 주고 구부리는 모습으로 보시면 될 것입니다. 노동조합의 지배구조 개선 대안마련은 진행형입니다. 어느 누구의 제안에도 귀를 열어 놓고 있습니다.
- 이전글전국언론노조 KBS 본부에 답합니다. 22.09.28
- 다음글▣ 제 100차 집행위원회 및 제 254차 중앙위원회 소집공고 22.09.28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