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은 즉각 ‘사퇴놀음’ 중단하고 정신 차려라!!!
부사장을 비롯한 경영진 사표설로 지난 주 부터 회사가 뒤숭숭하다. 유광호 부사장 주도로 경영진이 ‘일괄 재신임’을 사장에게 묻기로 했다는 것인 데, 이 과정에서 참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이사회에서 퇴직금 누진제 폐지와 휴가제도 변경에 따른 보수규정안이 두 번이나 퇴짜를 맞은 데 대해 경영진이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것이 지금까지 알려진 표면상의 이유다. 그런 이유라면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어렵게 도출한 노사합의사항을 이사 과반도 설득 못해 사실상 부결되게끔 만들었을까?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는 무능 경영진임에 틀림없다.
경영진이 일괄 사표를 내든 사장이 반려하거나 실제 인사를 하던 노동조합이 굳이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러나 KBS 미래와 직결된 부분에 대해서는 조합의 입장을 분명하고 단호하게 밝히지 않을 수 없다.
주지하다시피 오늘부터 정기국회가 시작됐다.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KBS의 미래가 결정되는 ‘공영방송법(방송공사법)’과 ‘미디어렙법’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KBS 내부적으로는 이병순 사장 임기 만료와 함께 두 달 뒤쯤부터는 후임 사장 선임 절차가 공론화될 것이 뻔하다. 이러한 중차대한 시기에 부사장 포함 경영진 일괄 재신임 움직임은 그 ‘시기‘와 ‘방식‘에 대해 적절성 여부를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임기 석 달도 안남은 사장이 분명한 명분과 원칙도 없이 대규모 임원진 인사를 단행한다는 게 모양이 좋지 않다. 과거에도 사장의 건재함을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해 경영진 일괄사표 움직임이 종종 있어왔다. 이번에 이 사장이 그러한 전철을 답습한다면 과거와 다른 게 무엇인가? 부사장 임명의 경우 신임 이사회의 동의까지 얻어야 하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새 경영진 임명과 사장 연임 사이의 시차가 누가 봐도 너무 짧다.
백번을 양보해 이번 경영진 일괄 재신임 움직임이 그동안 조합이 꾸준히 요구했던 ‘무원칙, 무능 경영진 교체’를 받아들이는 차원이라면 원칙과 명분을 분명히 세워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은 뒤 시행해야 한다.
먼저 KBS 내부에서 시도 때도 없이 노-사, 노-노 갈등 양상을 부추긴 유광호 부사장과 그의 추종 참모들부터 교체해야 할 것이다. 유 부사장은 특히 이번 ‘경영진 사표 사태’를 주도하고 확산시킨 장본인이다. 인사권을 가진 사장이 직접 전면에 나서 투명하게 자신의 인사권을 행사한다면 불만이 있더라도 누가 절차를 문제 삼겠는가? 그러나 이번처럼 특정 부사장이 인사문제를 주도한다면 이는 반감만 키울 뿐 공감대를 얻기 힘들다.
공정성 논란을 유발하고 조직발전을 저해한 일부 경영진들도 마땅히 포함돼야 한다. KBS 프로그램의 경쟁력을 약화시킨 장본인이자 책임자들이 아무런 책임감을 느끼지 못한 채 ‘인사 저항세력’으로 돌변하는 모습에 조합은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이들은 스스로 진작 거취표명을 했어야 마땅했던 인물들이다.
또 한 가지 분명히 할 것은 사퇴 경영진들에 대해 계열사 등을 통한 ‘정년 보장용 자리 뒷거래 의혹’이 나돌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움직임이 현실로 나타난다면 경영진 일괄 재신임의 순수성이 없다는 것을 경영진 스스로 자인하는 것이며, 조합은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노동조합은 KBS에서 반복되는 낙하산 사장 논란을 끊어내기 위해 ‘정치 독립적 사장 선임 법제화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 같은 시점에 청와대만 쳐다보고 지저분한 ‘낙점 경쟁’에 골몰하는 사내 세력들이 있다면 그들이 누구이든지 간에 결국 제 무덤을 파는 짓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09년 9월 1일
KBS 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