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성명서 ◆ [지역협 성명] 우리는 3번의 길을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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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협 성명]
우리는 3번의 길을 가겠다
사측의 고위 간부가 게시판에서 자신의 입장을 주장하고 있다. 한 개인이 아닌 현 경영진 전체가 자리를 고집하는 명분이라고 보여진다. 개인 비평을 하지 않겠다. 그러나 그러한 주장에 대한 반론과 동시에 우리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 향후 투쟁의 방향을 설명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분리징수 사태가 무서운 속도로 진행되는 이유를 구영희씨는 다음과 같이 단순화시켰다.
1. KBS가 민주노총만을 위한 편파 방송을 해왔기 때문
2. 공영방송을 장악하려는 권력의 부당한 외압
1과 2의 간격이 참으로 큼에도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물론 자신의 신념과 인식에 따라 쉽게 양자택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상은 단편적인 이유만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수많은 씨줄과 날줄이 얽혀 현실로 드러날 뿐이다. 의도적인 단순화인가?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가능성 자체를 원천 차단하는 잘못된 질문에 불과하다. 경영진의 무능과 안일한 대처, 민노총 본부노조의 KBS 영구장악을 가능케하는 방송법 개정안의 추진이 현 사태를 촉발하고 악화시켰다는 선택지도 있어야 하지 않는가?
침대에 맞추기 위해 사람을 늘리거나 잘랐던 신화 속 괴물이 떠오르는 이유다.
지역방송국의 기능조정도 역시 그 이유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그 위험성을 지속적으로 경고했다. 지역국 자체 방송이 실종되고 뉴스송출을 막아놓았을 때 지역민의 분노는 수신료 납부거부 사태로 이어질 정도로 심각했었다. 지역국의 직원들은 수신료 거부운동으로 전환하겠다는 시민단체의 움직임을 간신히 막아오기도 했었다.
경영진은 정책 수립 및 실행의 절차적 정당성을 거론하면서 정부의 일방통행에 절망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귀하들에게 절망했었다. 노동조합과 지역주민들이 함께 지역국 정책을 고민하자는 제안까지 하고 출구전략을 제시했는데도 묵묵부답이었다. 절차적 흠결을 지적해도 사장이라는 최종 책임자가 모든 것을 결정하면 된다고 봤던 것 같다. 이제 대상이 되어 권부의 심장에서 추진하는 현 상황에 대해 뭐라 말할 수 있는가? 국민들은 이 모든 과정을 지켜봤다. 그리고 권력이 수신료 분리징수라는 칼을 꺼냈음에도 놀라울 정도로 국민의 반응이 싸늘한 이유이기도 하다.
구영희씨는 결론 역시 다음과 같이 단순화시켰다.
2-1. 경영진이 대처를 잘못했으니 물러나는 게 우선
2-2. 부당한 외압에 힘을 합쳐 대응 하는 게 우선
그리고 본인은 2-2를 택하겠다고 한다. 본인은 그러시라!
그런데 본질을 이야기하자. 귀하들의 말대로 전쟁을 준비하자면 장수에 대한 믿음이 전제되어야 하지 않나? 장수의 능력과 신념이 보장되어야 같이 삶을 걸 수 있는 것 아닌가? 방송의 공정성과 편파성은 논외로 하겠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본부노조 핵심인사들을 중심으로 한 돌려막기식 인사 독점, 타사에 비해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경영상 무능력, 수신료분리징수 사태에 대처하는 안일한 인식과 태도 등이 드러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전쟁을 준비하는 수장으로 인정할 수 있겠는가?
현 경영진을 옹호하는 세력조차 그들의 무능력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고 한다. 단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부합되기에 최대한 버티기 전략을 구사한다는 것이다. 회사 전체가 아닌 특정 진영의 입장에서 판단하고 전략을 수립한 것에 불과하다. 이러한데도 운명공동체로 가족의 생계를 함께 걸 수 있다고 생각하나? 2-2라는 교언영색을 해도 그 본질이 보이는 이유다. 먼저 장애물을 제거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뼈저리게 무능하다고 판단하는 이들을 지키자고 고집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우리는 3이라는 새로운 선택지를 추가하겠다. 1과 2를 더하면 될 뿐이다.
3.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즉각적인 사퇴를 이루어 낸다. 무능한 장수는 전쟁에서 필요 없다. 도리어 짐만 될 뿐이다.
이후 노동조합을 비롯한 사내 모든 세력은 대국민홍보전을 전개하는 것은 물론 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여야 공당, 정부 부처에 KBS의 존립을 위한 재정안정화 대책을 적극 요구한다. 각 단체별로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는 정치세력을 전담 마크한다.
김의철 사장 퇴진 직후 KBS노동조합 지역협의회가 앞장서 국회와 정부를 공개적으로 방문하고 협의하겠다.
그리고 새로운 KBS의 변화와 혁신 속에서 조합원이 주체가 될 것이다.
정부와 국회가 방송장악이라는 꼬리표가 붙지 않게 하려면 그동안 공정방송과 무능경영에 투쟁해온 KBS노동조합이 주체가 되어 변화와 혁신의 중심에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확실한 명분을 세우겠다.
조직의 위기에서 조직의 본질을 다시 정리해야 하는 시기다. 이에 우리는 천명한다. 위기 극복 후 KBS의 공익, 공정성과 지역성이 수신료를 징수할 수 있는 근거라는 것을 명확하게 할 것이다. 어떠한 위기가 닥쳐도 KBS의 본질은 타 상업방송이 할 수 없는 영역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수신료를 징수할 수 있는 그 답은 공정성 그리고 지역에 있다는 것을 확인시키겠다. 지난 50년을 넘어 새로운 50년의 시대로 가는 전환기에 서있는 지금 KBS의 존립에 필요한 답을 찾아내고 주장하고 지켜내야 하는 이유다.
2023년 6월 29일
KBS노동조합 지역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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